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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시작이 힘든 이유
10년 뒤에 콘텐츠를 시작한다고요?
-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대화가 있다.
- 소비적인 대화를 하고 나면 기운이 빠진다. 남는 것도 없고, 에너지만 소진되는 대화다. 이런 대화는 주로 특정 대상을 비방하는 내용인 경우가 많다. 잠시 속은 후련할 수 있어도, 하루 세 번, 일주일 내내 이런 대화를 나누면 남는 것은 소진된 에너지뿐이다. 이런 대화는 서로를 갉아먹는다.
- 생산적인 대화는 풍부한 정서를 일으키는 대화다. 그런 대화는 생각을 확장되게 만들어주고 활력을 준다. 미처 해 보지 못한 생각도 하게 만들고, 생각지도 못했던 괜찮은 문장이 내 입에서 나오게 한다. 그러면 왠지 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기분이 들게 한다. 누구라도 생산적인 대화를 선호한다.
- 우리가 하는 활동 역시 소비적인 것과 생산적인 것이 있다.
- 활자의 세계에도 소비적인 세계와 생산적인 세계가 있다.
- 김득신은 조선의 대표적인 ‘둔재’로 알려진 인물로, 남겨진 문헌에 적힌 게 사실이라면 그는 실로 노력하는 한국인의 전형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백이전>을 11만 3,000번을 독음했다고 한다. 하늘이 감동할 만한 각고의 노력과는 별개로 김득신은 기상천외한 기억력의 소유자였다. 김득 신이 하인과 함께 걷다가 거리에서 <백이전>의 한 구절을 읊고 있는 사람 을 지나치게 된다. 하인은 김득신에게 저 구절을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정민 교수의 《 미쳐야 미친다 》 에 보면 그 글을 11만 3,000번 독음했던 김득신의 대답은 이랬다. “그 글이 아주 익숙한데, 무슨 글인지 생각이 안 나는구나.”
- 방대한 생각의 숲을 이룬 다산 정약용은 극단적으로 김득신의 반대편에 서 있다. 그는 18년간 500여 권의 저술을 쏟아냈다. 그는 물론 활자 소비도 왕성하게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압도적으로 많은 활자를 생산 해낸 것이다. 위키피디아에서 다작한 작가를 검색해보면 그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방대한 저술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나는 얼마나 많은 소비를 하고 있나?’ vs ‘그에 비해 얼마나 많은 생산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
- 소비자로만 머문다면 우리에게 앞으로 펼쳐질 일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세상엔 더 좋은 콘텐츠가 아찔할 정도로 많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로만 머무는 경우의 문제는 눈높이가 끊임없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더 뛰어난 콘텐츠만 계속 들어 온다. 입맛은 계속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고, 내 콘텐츠를 시작할 수가 없게 된다. 그 상태에 오래 머물게 되면 내가 만든 콘텐츠는 한없이 볼품없게 보인다. 그렇게 내가 만드는 콘텐츠와 소비하는 콘텐츠의 격차는 빠른 속도로 벌어지기만 한다. 어떻게 해도 내 콘텐츠를 시작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한 조각짜리 퍼즐판 만들기
- 의욕을 갖고 콘텐츠를 만들어 보려고 할 때 만나는 함정이 있다. 걸작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멋지게 준비한 다음에 세상에 대작을 내놓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 머릿속으로 생각만 할 때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여겨지지만, 생각을 글로 옮겨보면 내 수준이 명확해진다. 의미가 갖춰진 완결성 있는 문장으로 옮겨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생각의 해상도가 낮을 때는 쓸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다.
- ‘걸작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내가 쓸 수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로 바꿨다. 내 손에 이미 쥐어진 주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음먹었을 때, 당시 에버노트에 매일 남겨온 1,000일의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그 습관을 통해서 내게 생긴 변화를 돌아보았다. 뚜렷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었다. 그렇게 콘텐츠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세상을 뒤흔들 걸작과는 아직 한참 거리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쓸 수 있는 주제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 우리가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훈련은 빈칸에 꼭 맞는 퍼즐을 찾는 훈련이었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들 때는 그동안 해 온 이 훈련이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퍼즐판을 통째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몇 조각짜리 퍼즐판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고 시작한다. 20조각인지, 200조각인지 알 수 없다. 이 막연함은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막연함은 ‘지금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이유’로 바뀌게 된다.
- 몇 조각짜리 퍼즐판을 만들지 고민하는 대신에 분명한 한 조각의 퍼즐판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최소한 내가 이만큼은 이야기할 수 있다.’ 싶은 한 토막의 글이 한 조각이다. 그렇게 첫 번째 퍼즐을 바닥에 놓는다. 그러면 막연함이 조금은 사라진다. 그 한 개의 퍼즐과 면이 맞닿은 네 방향의 다른 퍼즐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기기 때문이다. 상황이 약간은 나아진 것 이다. 여기부터는 자신이 뭘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윤곽을 잡는 게 수월해진다.
- 이렇게 점차 퍼즐 만들기를 하다 보면 나중엔 내가 몇 조각짜리를 만들 수 있는지 감이 온다. 이후부터는 좀 더 정교하고 그럴듯한 퍼즐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첫걸음을 뗀 다음에야 이뤄진다.
- 누구나 시작은 초라하다. ‘시작’이니까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초라하다는 것이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 버전 업데이트 수준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 것처럼, 생각의 해상도도 그렇게 나아진다. 처음 생각의 해상도는 자기 스스로도 보기 힘들 만큼 투박한 게 당연하 다.
- 사람들은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로 빈곤한 문장력을 꼽지만 그보다는 ‘완결할 수 있는 주제’를 갖지 못한 게 더 큰 문제다. 요즘 웬만한 구직자는 자기소개서를 백 장 이상 쓰는 경우가 많다. 그 정도면 글쓰기 실력을 탓하는 것은 그만해도 된다. 그보다는 이제 ‘내가 완결할 수 있는 주제’를 열심히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신의 태그는 무엇인가?
- ‘덕질’을 직업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성덕’ 즉, ‘성공한 덕후’는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산다. 넷플릭스Netflix 직원 가운데도 이런 성덕들이 있다. 이들의 직함은 ‘태거Tagger’로, 2017년 기준으로 약 30명의 태거가 있다고 한다. 이 성덕들은 온종일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돈을 번다. 콘텐츠를 보고 나서 특정 기준에 따라 콘텐츠 에 ‘태그’를 붙이는 것이다
- <어벤져스 : 인피니티워> : ‘슈퍼히어로’, ‘열혈의 도전’, ‘Sci-Fi movie’
- <토르 : 천둥의 신> : ‘항공& 우주’, ‘슈퍼히어로’, ‘판타지 영화’
- “내 눈도 쉴 필요가 있어요.” - 넷플릭스에서 태 거로 근무하는 셰리 굴마하마드Sherrie Gulmahamad
-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면, 태그라는 속성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일에 익숙해야 한다. 독일에선 이미 학생 때부터 이 방식에 친숙해진다고 한다. 독일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처럼 노트 필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카드정리zettelkasten’를 한다. 공부하다가 정리할 부분이 나오면 카드를 작성한다. 카드의 맨 위에는 제목을 쓰고, 나머지 부분에는 내용을 요약하거나 생각을 적는다.
- 한 권의 책에 대해 카드 작업을 모두 마치고 나면, 정리된 카드 중 특정한 제목이 있는 카드만 따로 꺼내어 볼 수 있다. 그 제목들을 중심으로 모은 카드는 원래 텍스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재정렬이 된다. 콘텐츠를 소비할 때 태그를 붙여서 카드 정리함에 모아두는 것이다. 인덱스index, 혹은 태그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 다산은 200여 년 전 스스로 고안한 카드 정리 방식으로 제자들과 함께 500권의 저술을 남겼다. 18명의 제자를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발췌하게 하고, 한 팀은 카드 정리를 하게 했다. 정리와 필사, 교정과 제본 등 팀마다 맡은 역할이 있었다. 이런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다산이 정리한 방대한 태그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는 교육, 행정, 경제, 건축, 법, 의학 등 폭넓은 영역에 걸쳐 분류한 태그를 갖고 있었다.
- 나만의 태그를 중심으로 내용을 모으면 나만의 폴더가 된다. 그것을 다듬으면 나만의 콘텐츠가 된다. 태그를 중심으로 생산하는 일은 여전히 생소하지만, 태그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은 꽤 익숙해졌다. 넷플릭스나 인스타그램 같은 앱에 태그가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정한 태그로 검색을 하면 수많은 ‘피드feed’가 나타나고, 이 피드는 하나의 폴더 라고 볼 수 있다.
- 나만의 태그를 갖게 되면 이제 출발선에 섰다고 보면 된다. → ‘컬러 배스 효과color bath effect’
- 이 용어는 ‘색을 입힌다.’는 의미로, 한 가지 색깔에 집중하면 해당 색을 가진 사물들이 눈에 띄는 현상을 의미한다.
-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키워드를 갖는다는 것이다. 태그를 중심으로 나만의 의미 체계를 세워 보는 것이다. 노트 필기는 한국 교육 시스템이 낳은 ‘소비의 상징’이지만, 태그는 다산이 남긴 ‘생산의 상징’이다. 자신만의 태그를 갖게 되면 의미 타래가 생성되고 확장되기 시작한 다. 마침내 생산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콘텐츠 생산으로 가는 3단계
-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3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소비, 생산적 소비 그리고 바로 생산’의 단계다.
-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점검하는 것이다( 재테크와 동일 - 돈을 모으려면 먼저 나 가는 돈부터 파악하라는 것 ). 내 태그에 대한 주제 이외에 나머지 관심사는 줄여 나가는 것이 좋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면 즐겨찾기를 정리하고, 구독을 취소하고, 읽지 않는 편이 낫다. 주의력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때문이다. 거기에 충실하게 반응하기만 바쁘다면 내 콘텐츠를 만들 시간과 에너지는 앞으로 더욱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 콘텐츠 소비에 대한 다이어트를 하고 나면 다음 단계인 ‘생산적 소비’를 시작할 수 있다. 생산적 소비는 나중에 만들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해 오던 소비 방식을 약간만 바꿔서, 소비하는 콘텐츠에 내 생각을 조금씩 덧붙여 보는 것이다.
- 생산적 소비를 잘하는 사람들은 용도에 맞게 기록할 공간을 마련한다. 독서 노트와 아이디어 노트를 나누고 따로 보관한다. 그들은 기록할 만한 것을 어느 서랍에 넣어둘 지정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의 메모가 언제나 산발적으로 흩어 져있다면 이들의 방식을 참고해볼 만하다.
- 내 경우에는 콘텐츠를 만들 때 생산적 소비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글감이 떠오르면 ‘writing’ 폴더에 수시로 메모를 했다. ‘books’ 폴더에는 3년간 읽은 약 80권 정도의 책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감상을 적었다. 이런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때 접했던 내용을 내 언어로 정리해두니 나중에 콘텐츠를 만들 때 정말 요긴했다.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생산적 소비를 하다 보면, ‘이렇게 끄적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와 ‘이렇게 쌓아두면 나중에 뭐라도 될 거야.’ 하는 두 생각 사이를 오가게 된다. 뭐든 할 것처럼 소비하고 뭐든 만들 것처럼 콘텐츠를 쌓아두는 것은 어느 정도는 자신을 설득하는 일이다. 처음엔 자신 없어도, 정말로 뭔가 만드는 시점에 이르면 ‘모아 두길 잘했다.’ 하는 환호가 절로 나온다. 생산적인 소비를 하면 조금씩 부은 적금을 나중에 목돈으로 돌려받듯이, 그동안 쌓아둔 콘텐츠들이 내 것을 만들 때 큰 밑거름이 돼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생산의 단계다.
- ‘문학줍줍’이라는 유튜브 채널 : 고전 문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채널
절박한 문제 속에 나만의 콘텐츠가 있다
- “그래서 도대체 뭘 주제로 삼지?” 가진 게 없으면 없는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고민이다. 사람들이 이런 고민에 맞닥뜨릴 때 내가 권하는 것은, 여러 주제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문제로 다가오는 주제를 출발점으로 삼아보라는 것이다. 자신을 오랫동안 불편하게 하는 문제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 문제를 해결하다가 결국 창업까지 하게 된 기업가들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자신의 문제에 매달려 개선하려던 노력이 다른 사람의 문제까지 해결해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 : ‘토도수학’
- 출산 후 아이에게 장애가 있음을 알고 병원을 찾음 →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기술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같은 회사에서 게임 개발자로 일하던 남편과 공동으로 에누마를 창업
- 게임을 통한 학습 앱 ‘토도수학’ → 누적 다운로드 500만 회를 기록하며,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과 장애로 인해 학습을 어려워하는 전 세계 아이 들을 돕고 있다.
-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Elizabeth Gilbert → ‘나를 찾아가는’ 에세이 콘텐츠의 원형
-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인도, 이탈리아, 인도네시아에서 4개월씩 보내는 여행을 떠났고 그 여정을 그려낸
- 자신을 알고자, 그리고 자신을 구원하고자 책을 썼는데 1,0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 : ‘토도수학’
- 조금만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콘텐츠가 그것을 만든 당사자 자신을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타인이 혼잣말처럼 남긴 그 콘텐츠를 궁금해한다.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은 크게 관심 없을지라도 내게 유독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한 번 주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있다면 그건 삶에 있는 문제들을 끝없이 나열하는 것이다. ‘당신의 첫 번째 문제를 제거하면 두 번째 문제가 승진할 것이다.’라고 한 컨설턴트 제럴드 와인버그Gerald Weinberg의 말처럼 현재 가진 문제를 다 적기도 전에 새로운 문제는 계속 생길 것이다. 자, 이제 문제를 인식했다면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자.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를 찾아서 삶에 적용해 볼 수도 있다. 비록 그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이 방법은 완전히 남는 장사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 생산적으로 대응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들고 초대하는 즐거움
- ‘악동뮤지션’ - ‘다리 꼬지 마’
- 악동뮤지션에게는 아이돌 그룹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다. 악동뮤지션은 스스로 만든 음악을 하고, 아이돌 그룹은 이미 만들어진 음악을 한다. 아이돌 그룹은 태생적으로 이런 한계를 갖고 출발하기 때문에 상업성이 떨어지면 금방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미쓰에이는 이미 해체됐지만 누구도 거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반면 만들어낼 줄 아는 악동뮤지션은 데뷔 후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만 아는 즐거움
- 하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 자신이 그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악동뮤지션의 음악이 즐거운 이유는 그들의 음악이 흥겹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래하면서 그들 스스로 흥에 겨운 것이 청중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둘은 몽골에서 홈스쿨링을 받으며 음악을 만들고 지낼 때 청중 없이도 이미 스스로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 었다.
- 다른 한 가지 즐거움은, 내 콘텐츠의 정원에 다른 이들을 초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자신의 결과물을 내놓고 그 결과물을 소비하는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혼자서 즐기던 것을 선보였는데 함께 즐겨줄 사람이 있다는 건 만드는 사람들만이 얻을 수 있는 깊은 충족감이다.
- 소비만 하던 사람이 생산도 하는 사람으로 바뀌면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소비만 하며 살다가 이제는 그것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 ‘창의적인 성인은 생존에 성공한 어린이다.’ 만드는 즐거움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은 아니다. 만들고, 즐기고, 노는 일이 자연스러웠던 그 시절이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분명히 있었다.
정체성의 본질은 만들어 가는 것
- <무한도전>을 만든 김태호 PD → <놀면 뭐하니?>
- 사람들은 콘텐츠 그 자체만을 소비하지 않는다. 콘텐츠 속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그 콘텐츠를 만든 사람을 함께 궁금해한다. 그의 관점을 궁금해하고, 그가 영감을 받는 방식을 궁금해한다. 무엇이 그를 그쪽으로 이끌었는지도 궁금해한다.
-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 사람들은 <기생충> 의 내용과 구성만 궁금해하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의 초기 작품인 <플란 다스의 개>부터, <괴물>, <설국열차> 그리고 <옥자>를 거치면서 그의 세계관이 어떻게 확장되어 가는지 궁금해한다. 이것은 그가 만든 영화 콘텐츠 밖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콘텐츠인 셈이다.
- 소비에만 머물다가 생산의 자리로 위치를 바꿔보면 누구라도 이 고민 에 맞닥뜨리게 된다. 내가 만들 콘텐츠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 콘텐츠를 만듦으로써 나의 정체성이 어떤 식으로 확장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내 모습이 어떤 식으로 확장되기 바라는가?’ ‘내가 어떤 주제와 함께 성장하기 원하는가?’ 이런 즐거운 상상도 함께 시작해야 한다.
-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로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엘리자베스 길 버트 → 《빅매직》2015 출간
- 창조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창작의 공포를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넘어섰는지를 다루게 된 것이다. 책의 판매는 전작의 1,000만 부 기록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길버트는 이 콘텐츠를 만들며 자신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했다.
- 신영복 선생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정체성의 본질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조직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그 사람이 만든 콘텐츠는 적극적인 관계 형성을 해나가면서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내 안에 있지도 않은 정체성을 자꾸 ‘발견’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원래 없었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관점이다. 그것이 바로 신영복 선생이 정체성의 본질이 ‘생성’에 있다고 한 이유다.
- 소모消耗는 ‘써서 없앰’을, 생산生産은 ‘만들어 남김’을 의미한다. 정체성도 마찬가지다. 나의 정체성을 쏟아붓고 계속 써서 없애는 것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실존적 위기다.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해 내가 찾은 답은 콘텐츠 만들기다. 어쩌면 ‘만들다’라는 동사는 가장 신적인 동사 인지도 모른다. 신이 한 줌의 흙으로 인간을 만들지 않았던가.
4장 학습은 따분한 교수의 서재가 아니다
교육받는 나 말고 학습하는 나
- 《공부와 열정》을 쓴 제임스 마커스 바크James Marcus Bach
- 16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0살에 애플에 입사해서 최연소 매니저가 되었다
- 버커니아 학자 : 배움에 대해 큰 열정이 있는 사람들, 제도나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사람
- 렌스 레벤탈Lance A. Leventhal의 《6502 어셈블리어 프로그 래밍》
- 자신을 위한 학습 주제를 직접 만들었다. 학습 주제는 ‘자기 관리’, ‘응용 인식론’, ‘인지 과학’ 그리고 ‘의사소통’을 포함해서 10개에 달한다. 그리고 각 각의 주제는 하위에 세부 주제를 가지고 있다.
-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Richard Bach의 아들
- 애플을 공동 창업한 개발자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 전수받거나 교육받은 적 없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깊이 생각해야 했고, 스스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종이 위에 연필로 컴퓨터를 디자인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이후, 그는 배우지 않은 일에 대해 해답을 찾는 데 익숙해졌다고 한다.
- 배운 적이 없는데도 해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격증을 따고,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인증 제도를 통과해야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착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버커니어 학자들을 만난 이후, ‘교육받는 나’ 말고, ‘학습하는 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커리큘럼만큼 배우지 않는다. 커리큘럼에 적힌 것을 하나도 배우지 못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동시에 커리큘럼에 담기지 않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 내가 이해한 버커니어 학자들은 닥치는 대로 배우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만물박사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자신의 호기심이 이끄는 분야와 자신에게 절박한 분야에 뜻을 둔다. 그 뜻한 바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무엇이든지 흡수하려고 한다. 뜻한 바를 이뤄가기 위해서 학습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세상의 모든 것이 공부 재료가 된다. 바크가 내게 하 나의 학습 재료를 제공해준 것처럼 말이다.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니까요
- 콘텐츠 자본에도 금수저가 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대다수 사람들이 콘텐츠 무자본으로 출발하며, 무자본이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건축 보다는 정원 가꾸기와 닮았다.
- 건축을 위해서는 건축 비용을 계산해야 하고, 건축 자재와 모든 것이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하중에 대한 오차 없는 계산과 치밀한 건축 계획이 필요하다. 막대한 자본과 탄탄한 전문 지식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건물을 올릴 수 없다.
- 정원 가꾸기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정원 가꾸기에는 거대 자본이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없다. 모종삽과 씨앗, 흙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대신 번거롭지만 지속적인 양분 공급이 필요하다. 양분을 한꺼번에 몰아서 공급하면 안 된다는 원칙만 잘 지키면 된다. 이렇듯 정원 가꾸기는 자본이 없더라도 손이 부지런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 처음에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회생활 경험도 거의 없고, 전문 지식도 없는데 도대체 이 광활한 백지를 어떻게 채워야 하지?’ 다른 사람들은 이 까마득한 백지를 도대체 어떻게 글자로 채워나가는지 너무 궁금했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정원을 가꾸다가 막막할 때면 늘 책을 찾았다. 거기엔 책의 내용 말고도 정원 가꾸기에 대한 힌트가 많이 숨겨져 있었다.
-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펴면 책의 가장 뒤쪽에 상당한 분량의 참고 문헌 목록이 나온다. 책이 온전히 자기 생각과 경험만으로 쓰는 게 아니라는 힌트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발견한 건 그 참고 문헌의 종류였다. 카는 콘텐츠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 책의 소재와 연관된 내용을 다룬 논문과 책을 샅샅이 찾아보고 있었다. 나도 뭔가 만들 때 관련 분야의 콘텐츠를 샅샅이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세상의 수많은 정보 가운데 내게 필요한 자료를 선별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저자가 책에서 직접 말하지 않지만, 이렇게 관찰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 는 것이 많았다.
- 다른 흥미로운 내용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자신의 집필 과정에 접목하는 실험 정신을 보여 주었고 그 내용을 책에 담았다. 직접 경험이 한참 부족하더라도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콘텐츠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힌트를 얻었다. 이렇게 다른 책들을 참고하면서 그들의 정원 가꾸기의 비법을 찾아봤더니, 내 콘텐츠도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독서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텍스트에 담긴 명시적 지식만이 아니다. 텍스트 너머에 존재하는, 그것을 만든 사람에 대해서도 볼 수 있다. 그가 도대체 어떻게 이 광활한 백지를 채웠을지 생각하며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보이는 것들이 많다.
- 저자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한 그의 생각 회로는 어떻게 생성된 것일까? 텍스트 너머에 있는 텍스트를 만든 사람을 상상하는 것. 이 영역이야말로 우리가 학습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지점이다.
만드는 사람이 배운다
- 누군가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 있다. 배우는 학생보다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가 더 많이 배운다는 것이다. 수업을 매끄럽게 진행하고, 예상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준비하다 보면 교사 자신이 가장 많이 배우게 된다.
- 콘텐츠를 만들게 되면서 교육 봉사를 할 때 어렴풋이 했던 생각이 점점 분명하게 다가왔다. 자신을 어느 위치에 세우느냐가 학습의 밀도를 결정 한다는 것이다. 뭐라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 자신을 계속 만드는 사람의 자리에 있도록 했다. 배웠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다.
- 자기 콘텐츠를 만들려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접근법을 발견한다. 그것은 ‘내가 A를 배우고, B를 배우면, 나중에 C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이 접근법의 장점은 그 여정 내내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만드는 행위를 무한정 미룰 수 있다는 점이다. 만들기 전까지 멈추지 않고 배울 수 있지만, 달리 말하면, 배움만 남고 정작 결과물은 없는 것이다.
- 이 발상은 다음과 같이 뒤집을 수 있다. ‘C를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B를 배워야겠다. B를 알려면 A도 배워야겠다.’ 배우고 나서 만든다는 관점이 아니라 만들어야 하니까 그에 필요한 것을 배운다는 관점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수업 준비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학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미첼 레스닉Mitchel Resnick은 《미첼 레스닉의 평생유치원》이라는 책을 통해 뭔가를 스스로 디자인하고 직접 만들어볼 때 가장 가치 있는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직접 만들어 볼 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만들기’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활동이 라는 것이다.
- 다산과 페퍼트, 레스닉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내게 알려준 것은 만드는 사람이 배운다는 것이다. 배운 사람이 만들지 않는다. 이 차이는 크다. 돌아보면, 스스로를 만드는 자리에 위치하게 한 것이 시작이었다. 나를 ‘만드는 사람’의 자리에 의도적으로 앉혀보니 학습에 관한 관점이 완전히 뒤 집힐 수 있었다.
- 뭔가 배운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묶여 산다면, 만드는 활동은 평생 미룰 수도 있다. 그것은 시작하지 않아도 될 핑계를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만드는 사람이 배운다는 명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게 달라 보인다. 창작과 학습에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학습은 따분한 교수의 서재가 아니다
- 절박하게 내 콘텐츠를 만들기로 작정했는데, 도무지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한양대 정민 교수가 쓴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을 만났다. 책을 천천히 살펴보니 다산이 지식편집의 방법론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일관된 작업 방식을 모든 저술에 적용했다. 이를테면, 모든 저술 작업에 앞서 다산은 목차를 잡았다. 목차를 잡고 나서 한 무리의 제자들에게 그들의 작업실인 ‘다산동암’에서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도록 했다. 제자들은 관련 서적을 바탕으로 발췌 작업 을 했고, 다른 무리의 제자들은 완료된 발췌 내용을 다산이 잡아둔 목차를 기준으로 한 번 더 정리했다.
- 따라서 하다 보니 다산이 왜 처음에 목차를 잡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목차는 독자를 위해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가장 먼저 그것을 쓰는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막막함은 이내 자신감으로 바뀌었고, 자신감은 즐거움을 낳았다. 아, 그들은 이렇게 했겠구나. 불가능한 일이 아니네. 나도 할 수 있구나!
- 내게 노잼이었던 학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때부터 학습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내 고정관념 속에 있던 학습의 이미지는 사라졌다. 피터 센게Peter Michael Senge 교수가 《학습하는 조직》에서 말한 것처럼 내게 학습은 삶에서 진정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으로 다가왔다.
회고 속에 작동하는 기회의 메커니즘
- 바둑 기사들은 복기復棋로 회고한다. 한 수, 한 수 되짚어 보면서 더 나은 수는 없었는지 반추한다. 바둑판에 놓아진 수의 궤도를 신중하게 뒤쫓는다. 인류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공 지능을 이긴 바둑 기사로 남을 이세돌도 알파고와의 대국을 마치고 복기했다. 승패가 갈렸다고 바둑이 끝난 게 아니다. 복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은 바둑에서나, 인생에서나 중요한 일이라고 그는 이야기하고 있다.
-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언제나 ‘콘텐츠’라는 결과물과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능력’ 두 가지를 얻는다. 원고 쓰는 내내 회고 노트에 과정을 잘 기록하고, 원고를 탈고하면 이틀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그 과정을 꼼꼼히 살펴본다.
- 콘텐츠를 만든 과정을 돌아볼 때 나는 크게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
- 첫 번째는 회고를 위해 과정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기억에만 의존한 회고는 부정확하다. 기록이라는 구체적인 형태가 있을 때 비교가 가능해진다. 기록과 기억은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 두 번째는 회고를 통해 발견한 개선점이 있다면, 기존 습관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기보다는 조금씩 보완하는 게 낫다. 매번 모든 것을 갈아엎는 건 좋지 않다. 회사라는 시스템을 벗어나서 습관이라는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시스템을 매번 새롭게 만드는 건 비 효율적이다. 전체적으로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게 부분적으로 조금씩 개선하는 게 낫다
- 회고를 하는 이유는 잘못했던 방식을 확인하고 후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돌아보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 방식을 발견하기 위해 회고하는 것이다. 돌아보는 일은 때로는 아프지만 회고를 통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 다.
나는 먼저 나의 코치가 되기로 했다
- 나는 먼저 나의 코치가 되기로 했다. 이 말은 내가 스스로의 소리를 경청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책 《당신이 옳다》에서 타인의 마음에 공감할 때, 마음으로 듣는 정서적 공감과 함께 머리로 듣는 인지적 공감이 중요하다고 한다. 정서적 공감이 ‘2’만큼 중요하다면, 인지적 공감은 ‘8’만큼 중요 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상대의 생각을 ‘정확하게 듣는’ 연습을 해야 진정한 공감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 나는 코치가 되기로 했다. 이 말은 내가 발견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는 말이다.
-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에는 다산과 그의 제자인 황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훌륭한 스승 밑에서 공부하기를 주저하는 제자에게, 다산은 부족함이 있어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이 결국 빛난다는 조언을 해 준다. 사람들은 자신을 발견해주고 봐주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 나는 코치가 되기로 했다. 이 말은 결과보다 과정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말이다.
- 피터 센게 교수도 《학습하는 조직》에서 과정의 중요성을 말한다. 과정은 개인적 숙련으로 가는 평생 계속되는 훈련이며, 과정 자체가 이미 보상이라고 한다.
- 나는 코치가 되기로 했다. 이 말은 내가 헌신하기로 했다는 말이다.
- 나는 코치가 되기로 했다. 이 말은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 확장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길 없는 시대의 지도 그리기
- 나도 후배들도 미래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더듬거리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더듬거리는’ 능력을 점점 더 낫게 만들어야 한다. 더듬거리면서 점차 자기 길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더듬거릴수록 자꾸 일이 꼬이고 헤매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바로 학습 능력에 있다.
- 내가 이해하는 ‘학습 능력’은 변화하는 세상의 새로움을 받아들여서 자기 안의 질서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학습은 변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학습 능력은 세상의 변화와 함께 계속 자라야 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시험이나, 등급, 평점에 인해 결정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함께 과정으로서만 존재하는 능력이다. 이를 최근에는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라고도 부르는데 기업이 애자일 방법론을 찾는 것처럼, 개인도 학습 민첩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
-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일에 온 사회가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이제 내비 게이션은 없다. 길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스스로 지도를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정보를 얻어 지도를 만들어서 앞으로 나아 가야 한다.
- 학습에 대해 제임스 마커스 바크로부터 힌트를 얻었다. 그가 자신만의 학습 주제를 만들었던 것처럼 나도 나만의 학습 주제를 만들었다. 나의 학습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탁월한 콘텐츠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어떻게 해야 ‘콘텐츠를 만드는 나’를 탁월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 이미 스스로 학습하는 사람을 위한 세상이 열린 지 오래다. 팟캐스트, 책, 전문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해외 유튜버, 광범위한 온라인 공개수업인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 등 학습을 위한 재료는 넘쳐난다. 정규 교육을 못 받아서 배우지 못했다는 건 앞으로 핑계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원하는 주제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학습할 주제가 없는 것이 문제다.
- ‘아는 것을 이용하고, 그것으로부터 얻어 내라.’ - 앤드류 스탠턴Andrew Stanton
- 칼 로저스Carl Ransom Rogers의 《학습의 자유》를 읽게 되었다. 교육 받은 사람이란, 배우는 법을 학습한 사람, 적응하고 변화하는 방법을 배운 사람이라고 그는 말한다.
- 교육받은 적이 없어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학습은 변화에 관한 학문이다.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다면 누구라도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미래의 교육 역시 각 개인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학습자’가 되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스스로 자신에 맞는 학습 주제를 선정해서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배워나가는 것. 그렇게 나를 변화시켜 나가는 것. 이것이 내가 터득한 덜 헤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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